“혈서” 이어 “공부하기 싫구나” 대면시험 강행 대학 ‘시끌시끌’
[중앙일보] 입력 2020.06.18 06:00 수정 2020.06.18 09:26
권혜림 기자 사진 권혜림 기자
인하대 전자공학과 학생들이 지난 15일 오후 고사장에서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다. 인하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15일부터 23일까지 시험기간을 대폭 늘리고,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다. 뉴스1
대학가에서 비대면 시험에 따른 커닝 사태가 확산해 일부 대학이 기말고사를 '대면 시험'으로 전환하자 '감염 우려'를 내세우며 반발하는 학생들과 학교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면 시험 방침을 밝힌 서울여자간호대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측에 ‘대면 시험 진행 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달라'며 건의문을 두차례 제출했다. 학교 측은 "초·중·고등학생들은 이미 등교를 하고 있는데 대학생들의 면역은 그보다 못하지 않다"면서 "과제 대체와 온라인 시험은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서울여자간호대의 한 교수는 온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이 예민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A 교수는 "게시판에다가 (대면 시험 관련 건의를) 쫙 도배해놨더라"면서 "공부가 하기 싫구나, 기말고사에 대한 부담감이 많구나"라고 했다.
이어 "나중에 일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간호사 될 수 있겠어?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한다"면서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불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이 대학을 다니는 한 학생은 "하루 총 4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겨우 8개의 교실에서 시험을 봐야 한다"며 "한 교실당 30~40명이 시험을 보고, 학생들 간의 접촉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학교는 학생들의 우려를 무시한 채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7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영남대 재학생이 1학기 중간고사 온라인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뉴스1
학생회 차원에서 학생들의 비대면‧대면 시험 선호도를 조사해 학교 측에 전달하는 사례도 있다. 인제대 학생회는 투표를 진행해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한 후 학교에 비대면 시험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부정행위를 비롯해 변별력 부족, 성적에 따른 장학금 부여 차질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인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나왔으나 학교 측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했다. 학생들은 "이런 학교를 어떻게 믿고 대면 시험을 보러 가냐"며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자가격리자까지 공지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인제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의심 환자와 접촉했던 학교 기숙사생을 기숙사에 격리시켰던 것"이라며 "검사 후 바로 음성이 나왔다. 접촉자라고 해서 하나하나 다 공지할 수는 없지 않냐"고 답변했다.
앞서 지난 5일 한양대에서는 비대면 시험을 주장하며 총장 면담을 요구하던 학생에게 학교 관계자가 '혈서'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양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농성장에 온 기획처장이 대화를 나누던 중 '비대면 시험이 모든 학생의 요구인지 불명확하다. 원한다면 학생들에게 혈서를 받아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후 처장은 진위를 묻는 학생들에게 "그런 의미로 발언한 적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대면 시험 진행 시 유증상 학생들은 추가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거나 과제로 대체해주는 등 학교 대안을 두고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나 대학 입장에선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한편 지난 중간고사 기간 인하대 의과대에 이어 대학들의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 사례가 나타나면서 많은 수의 대학들이 시험을 비대면 방식에서 대면으로 변경했다.
5·18유가족 편의시설이 묘지관리소장 사무실로
등록 :2020-06-17 05:01 수정 :2020-06-17 07:47
국립5·18묘지관리소 ‘민주관’ 2층에 소장실 등 탈의실 등 부족…행사 때마다 유족 불편 호소 5·18단체 “소장직 경력개방직 재전환” 요청도
2014년 유가족 휴게시설로 조성된 국립5·18민주묘지의 ‘민주관’.
국가보훈처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가 유가족 편의시설로 조성된 일부 공간을 수년째 관리소장의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18단체들은 관리소장 사무실을 본래 취지대로 유족과 참배객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5·18묘지관리소장의 사무실은 민주관 2층에 있고, 나머지 직원은 민주관에서 30m 떨어진 사무실 건물인 ‘오월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5·18묘지관리소장실이 있는 민주관(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841㎡)은 2014년 6월 국비 16억원을 들여 “유가족 편의시설”(건축물대장)로 지어졌다. 하지만 5·18묘지관리소는 민주관이 완공된 뒤 오월관에 있던 보훈처 직원 사무실을 민주관 1∼2층으로 이전했다. 관리소 쪽은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2016년 민주관 1층에 있던 사무실을 오월관으로 다시 옮겼지만, 2층 소장실과 접견실, 세미나실 등은 남겨뒀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제 등 행사가 열릴 때면 화장실이나 지하창고에서 소복을 갈아입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추모제가 끝난 뒤 민주관 뒤편에 돗자리를 펴거나 간이탁자를 놓고 식사를 하고 있다. 5·18유족회 한 관계자는 “애초 민주관은 국립4·19민주묘지 유가족 쉼터를 본떠 5·18 유족들을 위한 복지공간으로 조성했으나 박근혜 정권 때 알 수 없는 이유로 관리사무소가 차지했다. 지금이라도 유족들에게 돌려주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진형 5·18묘지관리소장은 “일반 참배객 입장에서 민주관이 유족들의 전용 쉼터로 사용되는 점에 대해서는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다만 유족들이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면 민주관 공간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보훈처와 5·18단체 사이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5·18묘지관리소장(4급)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5·18 관계자가 채용될 수 있도록 경력개방직으로 전환됐지만, 이명박 정부 때 신임 소장 임명을 놓고 보훈처와 5월단체가 갈등을 빚었고 2011년 6월부터 보훈처 공무원이 다시 임명되기 시작했다.
김이종 5·18부상자회장은 “5·18 추모제 때도 관리사무소 협조가 미흡하다. 5·18묘지소장직이 보훈처 직원들에게 1년씩 거쳐 가는 자리로 인식되다 보니 5·18묘지의 장기적인 발전계획 등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보훈처와 국무총리실에 묘지소장직을 다시 개방형 직위로 전환해달라는 의견을 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보훈처 내부에서 검토가 길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한겨레> 질의에 보훈처 대변인실은 “과거 사례를 볼 때 개방형 직위 재지정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서면 답변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25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수 고 구하라씨 빈소. 사진공동취재단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1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를 타간 생모에게 법원이 “딸들을 홀로 키운 전남편에게 양육비 7,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유산을 둘러싼 구씨 오빠와 친모 간 법적 다툼과 유사해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불렸던 이 갈등에 대해 법원이 생모가 아닌 유족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지난 12일 “부모는 미성년자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이같이 판결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소송은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의 응급구조대원 A(당시 32세)씨가 구조 과정에서 얻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시작됐다. 인사혁신처는 같은해 11월 A씨의 순직을 인정하고 A씨의 아버지 B(63)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를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1988년 B씨와 이혼한 이후 A씨와 A씨의 언니를 전혀 양육ㆍ부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생모 C(65)씨도 유족급여를 수령하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C씨는 유족급여와 A씨의 퇴직금 등 약 8,000만원과 사망 때까지 매달 91만원의 유족연금을 받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올해 1월 C씨를 상대로 1억9,000만원 상당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이혼 후 홀로 노점상을 하며 두 딸을 키우는 동안 C씨는 딸들을 전혀 돌보지 않은 데다, A씨가 순직한 후에도 이를 반성하는 자세 없이 유족급여 취득만 신경 썼다는 게 B씨와 큰딸(A씨 언니) 측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B씨 부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홍 판사는 “청구인(B씨)은 이혼 무렵부터 두 딸을 성년에 이를 때까지 단독으로 양육했고, 상대방(C씨)은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며 “상대방은 두 딸의 어머니로서 청구인이 딸들을 양육하기 시작한 1988년 3월 29일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두 딸에 관한 과거 양육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B씨가 최종 청구한 양육비 1억1,100만원보다 적은 액수(7,700만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한 이유로는 “B씨 부부 각각의 연령과 직업, 경제적 능력, 두 딸에 대한 양육 환경, 청구인과 상대방이 협의이혼 당시 양육비에 관해 구체적으로 협의한 사실이 없고,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서 송달 이전에는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6·10항쟁 기념식…이한열 열사 모친 등 민주운동가 12명 수훈(종합2보)
송고시간 2020-06-10 13:52
권수현 기자권수현 기자
박종철 열사 부친·전태일 열사 모친·조영래 변호사 등 포함 33주년 맞아 '민주주의 발전 유공' 신설해 첫 정부 포상 문재인 대통령 "민주주의 후퇴할 수 없어…더 큰 민주주의 향해야"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6.9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1987년 6월 군사독재에 항거한 범국민적 민주화 운동인 6·10 민주항쟁을 기리는 행사가 10일 열렸다.
행사에서는 특히 고(故) 이한열·박종철·전태일 열사의 부모, 조영래 변호사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12명이 국민훈장을 받는 등 모두 19명이 첫 '민주주의 발전 유공' 정부포상을 받아 의미를 더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개최했다.
'꽃이 피었다'를 주제로 한 올해 기념식은 지난해에 이어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진행됐다. 과거 군사정권에 의한 폭력을 대표하는 장소인 이곳에는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기념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기념식에는 정·관계 주요 인사와 민주화운동 인사 및 후손, 민주화운동 단체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400여명이 모였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 규모를 대폭 줄였다.
기념식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연대·협력 정신을 조명한 영상으로 시작해 민주화 운동가 후손들의 애국가 제창,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묵념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경과보고에는 6·10 민주항쟁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고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낭독은 영화 '남영동 1985'에서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역을 맡은 배우 박원상이 맡았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명예회장은 '33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배 명예회장은 아들 이한열 열사가 1987년 6월 9일 군사정권 항거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후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민주화·인권 운동가 19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친수했다.
정부는 이번에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을 신설해 처음으로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대대적으로 훈장을 수여했다. 이전까지는 고 조아라 여사, 고 정진동 목사, 고 김승훈 신부, 고 문익환 목사 등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인물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등의 형태로 훈장을 받았다.
전태일 기념상 어루만지는 고(故) 이소선 여사 생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기념식에서는 민주화 운동가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이 수여됐다.
이 가운데에는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유가협 명예회장, 1987년 경찰 고문으로 숨져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 박정기 전 유가협 이사장,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촉구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모친 고 이소선 전 유가협 회장이 포함됐다.
이들은 아들의 죽음 이후 남은 생애를 바쳐 노동자 권익 개선과 민주화운동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자 '전태일 평전'의 저자인 고 조영래 변호사, 빈민선교와 인권운동에 앞장서며 '길 위의 목사'로 불린 고 박형규 목사에게도 훈장이 추서됐다.
유신 독재에 맞선 고 지학순 주교, 5·18 민주화운동 재평가에 헌신한 고(故) 조철현 비오 몬시뇰(조비오) 신부, 언론 민주화 운동을 펼친 고 성유보 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도 훈장을 받았다.
진보 사회학자 고 김진균 서울대 명예교수, 신학자인 고 김찬국 전 상지대 총장, 농민운동가 고 권종대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인권변호사인 고 황인철 변호사도 수훈자 명단에 들었다.
1974년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다 강제 추방됐던 조지 오글(91) 목사와 고 진필세 야고보(제임스 시노트) 신부는 국민포장을 받았다.
고 이한열 어머니 찾아간 민갑룡 경찰청장 "참회합니다"(종합)
송고시간 2020-06-09 16:08
김주환 기자김주환 기자
민 청장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 행사로 비극 초래" 이한열 어머니 배은심 여사 "33년 지났어도 나는 87년 그날"
이한열 열사 어머니 찾아온 경찰청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 전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6.9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게 경찰을 대표해 사과했다.
이날 정복 차림으로 추모식에 모습을 나타낸 민 청장은 행사 시작 전 추모식 내빈들에게 인사한 뒤 배 씨에게 다가가 "너무 늦었습니다. 저희도 참회합니다"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저희가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을 풀어 주시니 저희가 마음 깊이 새기고 더 성찰하면서 더 좋은 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이 이한열 열사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2017년 6월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 자리에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숨진 고 백남기 농민,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열사와 함께 이한열 열사를 언급하며 사과했다.
행사가 끝나고 민 청장은 "경찰의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 행사로 이런 비극이 초래된 데 대해 지난날 과오를 참회한다"며 "어머님을 비롯한 유가족들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서 이 자리에서 늦게나마 용서를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이한열 열사 어머니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을 마친 뒤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 여사 왼쪽은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 오른쪽은 김거성 대통령 비서실 시민사회수석. 2020.6.9
이어 "33년 전 오늘 이 자리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며 "이 열사님이 늘 꿈꿔왔던, 자유롭고 정의로운 민주 대한민국의 뜻을 깊이 성찰하며 경찰도 민주, 인권, 민생 경찰로 부단히 나아가 그 뜻을 이루는 데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님이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고, 평생 아들을 가슴에 묻고 헤아릴 수 없는 아픔으로 살아오셨을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죄스럽단 말씀을 드린다"라고도 덧붙였다.
추모식 후 배 여사는 민 청장의 방문에 대해 "현장에 오셨으니까 감사하다"면서도 "33년이 지났어도 나는 87년 그날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대로 살아왔으니, 아쉬운 것이나 바라는 것은 없다"며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과하면 뭐가 (해결이) 되느냐"고 물으며 여전히 마음속에 남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드라마 [종합] 고정관념에 해방을 외치는 ‘야구소녀’의 130km 스트라이크 [현장] 영화 ‘야구소녀’ 언론시사배급 및 기자간담회
허지영 기자 발행 2020-06-08 17:09:36 수정 2020-06-08 17:09:36
배우 이준혁(왼쪽부터), 이주영, 최윤태 감독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시속 130km 강속구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주영 분)이 졸업을 앞두고 프로를 향한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여성 성장 드라마다. 2020.6.8ⓒ뉴스1
8일 영화 ‘야구소녀’ 언론시사배급 및 기자간담회가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배우 이주영, 이준혁과 연출을 맡은 최윤태 감독이 참석해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만 진학할 수 있는 고교 야구팀에 최초이자 유일하게 진학한 여자 ‘주수인’(이주영 분)의 도전과 성장을 다룬 영화다. 누구도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꿋꿋하게 최 코치(이준혁 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한 장편독립영화인 ‘야구소녀’는 앞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제45회 독립영화제에서 이주영 배우가 독립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영화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여성 인권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로 시선을 확장했다”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배우 이주영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영화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시속 130km 강속구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주영 분)이 졸업을 앞두고 프로를 향한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여성 성장 드라마다. 2020.6.8ⓒ뉴스1
이주영은 “감독님이 작품을 제안해줬을 때가 ‘오늘의 탐정’ 끝나고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영화 작업에 목 말라있었고, 제가 작품에 집중해서 끌고 나갈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라 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첫 인상부터 강렬한 느낌을 받아왔는데,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주수인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또 저는 작품을 하는데 있어 감독님과의 호흡도 중요한데, 감독님을 실제로 뵀을 때 이 감독님이라면 ‘야구소녀’라는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주수인이 속한 야구부에 새로 부임한 최 코치를 연기한 이준혁은 “‘야구소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제가 겪은 일이 생각났다. 저 역시 신인 배우가 저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저도 모르게 힘든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다”라며 “시나리오를 보고 문득 미안해져서 다시 연락해 힘과 용기를 줬다. 최 코치는 그런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나 역시 이렇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선택했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최윤태 감독은 “주수인 캐릭터는 많이 고민했던 지점이다. 단순히 연기를 잘 하는 것보다는, 이미지만으로도 존재감이 돋보이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장 먼저 생각난 배우가 이주영 씨였다”라며 “이주혁 씨는 너무 잘생겨서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선한 성격이 저에게 많은 울림을 줬다”라며 두 배우를 칭찬했다.
시나리오를 쓴 계기를 묻자 최 감독은 “2017년도에 아내가 야구하는 소녀의 인터뷰를 가져다주며 ‘여자는 프로야구 선수를 할 수없는 게 아니냐’라고 묻더라.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를 할 수 있다고 말해주니 되게 신기한 걸 알았다는 듯 반응하더라.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라고 밝혔다.
배우 이준혁(왼쪽부터), 이주영, 최윤태 감독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시속 130km 강속구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주영 분)이 졸업을 앞두고 프로를 향한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여성 성장 드라마다. 2020.6.8ⓒ뉴스1
프로야구를 꿈꾸는 고교 야구팀 주수인을 연기하기 위해 이주영은 약 한 달 간 실제로 프로야구 준비팀과 함께 훈련했다. 이주영은 이 훈련을 통해 주수인이 겪었을 외로움과 소외감, 좌절감 등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주영은 “특히 신체 훈련을 하며 주수인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제가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도 주수인에 대한 힌트를 얻었지만, 함께 훈련하며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또 주어진 시간 안에 프로 선수를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다.
비록 극 중에서 야구를 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이주혁도 이주영과 함께 훈련했다. 그는 “프로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의 일과를 지켜보고, 그들이 어떤 것에 기뻐하고 어떤 것에 고통 받는지 등을 느끼기 위해 애썼다”라며 “그리고 많이 먹었다. 한계치까지 먹었다. 좋아하는 걸 먹어서 그 땐 행복했다”라며 웃었다.
배우 이준혁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영화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시속 130km 강속구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주영 분)이 졸업을 앞두고 프로를 향한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여성 성장 드라마다. 2020.6.8ⓒ뉴스1
이주영은 뚝심 있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주수인을 준비하면서 “주위에서 수인이에게 계속 압박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조차도 초반에는 ‘주수인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주력한 부분은 결국 수인이의 이런 뚝심으로 안 된다고 말하던 주변 사람들 또한 해낼 수 있곘다, 라는 에너지를 받게 되는 점이었다. 혼자 고민하고 혼자 끈기를 보여주기보단, 주위 사람에게도 에너지를 나눠주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관객들에게도 그런 에너지가 느껴졌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준혁 역시 “꿈을 꾸기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꿈을 열심히 좇고, 따라가는 사람과, 그로 인해 좋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또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라며 “힘든 시기인데 와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