聯合ニュースの甲子園特集

韓国の高校野球についてはここで書いたことがあるのだが、昨日付けで聯合ニュースが日本の高校野球を特集している。両国の学生スポーツの実相については、互いにあまり知られていないので、こうしたたいへん詳細な記事が配信されることそのものが興味深い。

<고시엔대회를 가다> 1  학원스포츠의 모범


日 고교야구의 성지 고시엔 구장
(고베=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매년 3월과 8월 2차례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일본 효고(兵庫)현의 고시엔(甲子園) 야구장. 고시엔 야구장은 일본 고교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이라도 그라운드에 서보고 싶어하는 고교야구의 성지(聖地)다. 이 야구장의 소유주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구단은 대회기간 야구장을 고교야구선수들에게 무료로 대여해주고 자신들은 긴 원정시합을 떠난다. 2009.8.17 << 국제부 기사 참조 >>


<※편집자주 = '고시엔'(甲子園) 대회라는 별칭으로 열리는 일본의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총 관객수 90만명을 육박하며 프로야구에 못지않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대회는 학원 스포츠의 미래를 놓고 고민하는 한국의 중.고교에 적지않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는 대회의 주최측 인사들을 만나고 참가 선수, 관객 등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며 취재한 내용을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총관객수 90만명 육박 '성황'…고교생 10명 중 1명이 야구부원
"엘리트 교육 아닌 생활 체육이 고교야구 인기 원인"

(고베ㆍ오사카=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고교야구가 갖는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회가 열리는 효고(兵庫)현의 고시엔(甲子院) 야구장에는 웬만한 아이돌 스타의 콘서트장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객이 몰린다.

공영방송 NHK는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하루 내내 경기를 생중계하고 신문들도 연일 참가팀의 면면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를 게재한다. 그러던 사이 몇몇 선수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전국적인 스타덤에 오르기도 한다.

경기장 인근 오사카나 고베의 시내 전광판에는 실시간으로 경기 속보가 쏟아지니 도시 전체가 대회의 분위기에 후끈 달아오른 느낌이다.
일본에서 전국 규모의 대규모 고교야구 대회는 3월과 8월 2차례 고시엔 야구장에서 열린다. '봄의 고시엔'으로 불리는 3월 대회의 정식 명칭은 센바츠(選拔)고등학교대회이며 '여름의 고시엔'인 8월 대회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다.

지난 8일 개막해 15일 여정으로 열리고 있는 올해 여름의 고시엔 대회는 전체 4천여개의 고교 야구팀 중 지역 예선을 거친 팀 49곳만이 본선에 진출해 예선 경쟁률만 해도 100대 1에 육박한다. 올해 대회는 마침 일본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2연패를 한 뒤라 예년보다 한층 더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 세계적 명성ㆍ총관객 90만명 육박 = 그저 고등학생들의 야구 시합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고시엔의 명성은 이미 일본의 차원을 뛰어 넘었다.
2007년에는 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이 선정한 '죽기 전에 경험해야 할 스포츠 이벤트'에서는 아시아권 대회 중 가장 높은 54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다.

일본의 전국고교야구연맹(이하 고교야구연맹)의 집계에 따르면 제90회였던 작년 대회의 총 입장객수는 89만명이었다. 고시엔 구장의 수용인원이 4만8천명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매경기 관객들로 객석을 가득 메운 것이다.

이런 까닭에 대회 기간 고베시 외곽에 위치한 고시엔 구장 주변에는 관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들로 넘쳐나고 인근의 호텔과 여관 등 숙소는 빈방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고교야구연맹의 고문인 다나베 가즈히로씨는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의 부모님과 학우들, 동문들은 물론 직접 연관이 없는 지역 주민들까지 학생들의 열정을 응원하러 전국에서 몰려든다"고 말했다.

오사카 인근 가시와라(柏原)시에 사는 다카야마 히로미(37.여)씨는 "매년 여름의 고시엔 대회는 꼭 경기장에서 보고 있는 열혈 팬"이라며 "프로선수들처럼 야구를 잘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어린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인기의 비결은 바로 '감동' = 고향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나 야구 자체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정이 고시엔의 인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가장 큰 인기의 비결은 다카야마씨의 말처럼 바로 시합에 임하는 학생 선수들의 열정과 이로 인한 감동에 있다.

히로시마 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조수이칸(如水館)고교의 사코다 요시아키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9회말2아웃 주자 만루에 2스트라이크 3볼의 역전 찬스라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집중력을 가지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고시엔 대회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했다.

고시엔 대회에서는 이처럼 1회전이라고 하더라도 몸을 아끼지 않고 1루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는 타자나 이를 악물고 펜스를 향해 돌진하는 수비수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감독이나 코치의 지시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1년 내내 고시엔 대회를 향해 매진해왔던 스스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게 사코다 감독의 얘기다.

스파이크를 신고 한 번이라도 고시엔 그라운드를 밟아보는 것은 고교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원. 경기가 끝난 후 패전 팀 선수들이 눈물을 훔치면서도 기념으로 경기장 흙을 간직하기 위해 그라운드의 땅을 손으로 파내는 모습은 고시엔 대회의 전형적인 풍경이 됐다.

◇생활체육된 야구…선수ㆍ관객 모두 열광 = 올해 7월 현재 고교야구연맹에 등록된 일본 전국의 고교 야구팀은 4천132개로, 선수의 수 역시 16만9천298명이나 돼 전체 학생의 9.9%를 점한다. 10명중 1명이 야구선수인 셈이다.

팀이나 선수의 수가 많은 것은 단지 야구가 가지고 있는 인기 덕분만은 아니다. 일본 야구인들은 그 이유에 대해 "일본의 고교 야구가 엘리트 스포츠가 아니라 생활 스포츠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직접 뛰면서 즐기는 생활 스포츠가 된 이상 선수와 관객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선수나 관객이나 대회 참여에 대한 적극성이 커졌고 이는 고시엔 대회를 모두가 열광하는 스포츠의 장으로 만들었다.

고교야구가 엘리트 체육이 아닌 까닭에 야구부 운영 방식도 공부와 야구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 한국과는 전혀 딴판이다.

물론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대부분은 야구부원들도 정규 수업은 빠짐없이 듣는다는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그러자 학교 입장에서는 야구부 운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고 이는 다시 각 학교의 야구운영을 활발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운동부로 활동하는 고등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둔 주부 도미나가 사오리씨는 "예전에는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한 가지만 택해야 했던 때도 있었지만 사회 분위기가 점점 바뀌고 있다. 아들이 두 가지를 병행해 문(文)과 무(武)를 겸한 어른으로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

[2009-08-18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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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대회를 가다> 2  `모범생' 선수들


고시엔 승리는 고교시절 최고의 목표
(고베=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70년만에 고시엔(甲子園)대회 본선 출전이 결정된 효고(兵庫)현의 간세가쿠인(關西學園)고교 선수들이 연습 중 코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간세가쿠인 고교는 효고현 지역 최고의 명문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학교 야구부원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연습을 하고 있다. 2009.8.17 << 국제부 기사 참조 >>


(고베.오사카=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2일 효고현 고시엔 야구장에서 열린 효고(兵庫)현 대표 간세가쿠인(關西學院)고교와 야마가타(山形)현 대표 사카타미나미(酒田南)고교의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9회 말 전광판에 7대3이라는 점수가 뜨고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자 간게가쿠인 고교의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두 팔을 벌리고 마운드로 뛰어나갔다.

반면, 상대팀 선수들은 금세 눈물을 흘릴 듯 고개를 떨군 채 평생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그라운드의 흙을 담고 있었다.
안타는 하나도 못 쳤지만 이날 희생타만 3개나 친 주장 다이스케(大介) 군은 빨갛게 익은 얼굴로 글러브를 흔들며 투수에게 달려갔고 대타로 나와 데드볼을 맞은 다이키(大希) 군 역시 공에 맞은 통증도 잊은 채 덕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간세가쿠인고교는 올해 대회에 70년만에 본선에 진출해 화제가 되고 있는 학교다. 사카타미나미 고교는 2년 연속 고시엔 본선 출전에 빛나는 강호였으며 이 팀의 선발투수는 시속 140?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초고교급 투수였으니 이번 대회 초반 최고의 이변이 일어난 셈이다.

효고현 지역 최고의 명문고 중 하나로 꼽히는 이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명문대학 진학을 노리는 '모범생'들이다. 간세가쿠인 고교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감격의 고시엔 대회 첫승을 거둬들였다.

선수들은 수업에 방해를 받지 않은 채 방과 후 2시간씩 시간을 쪼개 맹훈련을 펼쳐왔고 이날 시합에서 후회 없이 그라운드를 뒹굴었다.

감격에 겨워하는 사람이 선수 뿐일 리 없다. 2만여명이 몰린 간세가쿠인 고교의 응원단 역시 재학생, 교사, 동문, 지역 주민 할 것 없이 서로 얼싸안으며 소리를 질렀고 승리 후 교가가 흘러 나올 때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시합 전에는 "이길 확률이 0%이니 마음 편히 경기를 즐겨달라"고 귓속말을 하던 히로오카 마사노부(廣岡正信)감독은 "이길지 몰랐는데 2회전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큰일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학교 사회과목 교사로, 고등학생 시절 이 학교의 야구부였던 그는 야구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지만 "'고시엔 1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고 기뻐했다.

일본고교야구연맹은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학교에서 2년 이상 교과 수업을 한 사람만 고교야구팀에서 야구 감독을 맡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야구 감독이 되기 위해 선생님이 됐다"고 말하는 그에게 이날은 잊지 못할 승리의 날이다.

시합 전 연습때 만났을 때 "우승이 목표다"고 당차게 말했던 다이스케 군은 "실은 1승을 하는 게 목표였는데 꿈이 이뤄졌다"고 만면에 웃음을 띄었다.

구보 군의 장래 희망 역시 히로오카 감독처럼 고교야구의 감독이 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야구와 함께 대학 진학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다이키 군은 경기 후 기자들 틈에 둘러싸여 있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표정은 누구 못지않게 밝았다.

후보 선수인 다이키의 성적은 1타석 1데드볼. 교체 선수로 들어와 한번의 타석에 섰고 데드볼로 출루한 뒤 도루에 성공하고 홈까지 밟았지만 다음 타석에 교체됐다.

"한 번도 제대로 방망이를 휘두르지는 못했지만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했다"고 말하는 그는 "이 발로 고시엔의 홈 베이스를 밟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다이키 군의 꿈은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것. "야구에는 협동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대로 나름대로 팀 승리에 한 몫을 단단히 해냈다.

시합 전 "고시엔에서 홈런을 쳐보는 게 목표다"고 말한 3학년생 4번타자 히로쿠니(啓城)군은 이날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흙 투성이가 된 그의 유니폼은 이날 시합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드러냈다.
팀에서는 가장 신뢰할 만한 거포인 그는 명문 사립대 게이오(慶應)대 진학을 목표로하는 우등생이다. "입시 준비는 좀 미뤄놨지만 고등학교 마지막 여름은 야구로 불태우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2차전에서는 꼭 홈런을 치고 싶다"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이날 고베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 야외구장이라 햇볕을 피할 곳도 없는 고시엔 구장은 4만8천석의 객석이 매진 사례를 기록했으며 매표소에는 표를 구하려는 관객들이 몰려 10여개의 매표소에 각각 100m 가량이나 되는 긴 줄이 늘어섰다.

주최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야구장의 관객들은 학교 응원단과 일반 야구팬이 절반 정도씩 차지한다.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보기 위해서 적지 않은 팬들이 무더위를 뚫고 경기장을 찾는 것이다.

매표소에서 만난 마츠나가 다케시(28)씨는 "모교는 아니지만 우리 동네의 고교 팀이 처음 고시엔에 출전하게 돼 응원하려고 하가(佐賀)현에서 밤새 차를 몰고 고베까지 달려왔다"며 "몸은 피곤하지만 고교야구 특유의 열정을 우리 팀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

[2009-08-18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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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대회를 가다> 3  고교야구연맹회장 인터뷰

"꿈과 열정의 발산이 고시엔 대회 인기의 이유"

"엘리트 야구 하면서까지 한국 이기고 싶은 생각 없어"

(고베ㆍ오사카=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고교야구를 총괄하는 전국고교야구연맹의 오쿠시마 다카야스(奧島孝康ㆍ70) 회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시엔의 성공 비결에 대해 "꿈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시엔 대회에 대해 "선수들의 열정과 관객들의 열광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감동을 만들어 내는 게 사랑을 받는 이유"라며 "고교야구는 교육의 일환인 만큼 학생들이 야구와 야구 이외의 것들을 조화롭게 익히며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쿠시마 회장은 법학자 출신으로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 1994년부터 9년간이나 총장직을 맡은 바 있는 교육자로, 학생야구의 심사위원으로도 10여 년간 활동한 바 있는 야구광이다.

그가 작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는 봄의 고시엔인 선발고등학교대회(마이니치 신문 공동)와 여름의 고시엔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아사히 신문 공동)를 주최하고 있다.

    • 고등학생들의 스포츠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뜨겁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시엔 대회에는 긴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신화'(神話)가 있다. 고교 선수들은 모두 고시엔이라는 성지(聖地)에서 한 번이라도 싸워보는 게 꿈이다. 모두가 공통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셈이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생뿐 아니라 일반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 출전하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의 응원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의 경우 고교야구대회의 결승전 관객 수가 800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고시엔 대회는 한 대회 당 관객수가 9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흔히 사람은 자꾸 남에게 보여질수록 예뻐진다고 하지 않나. 선수들도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모인 곳에서 경기를 하면 훌륭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가 주는 '의외성'도 갖추고 있다. 워낙 많은 팀이 출전하니 강팀과 약팀 사이의 구분이 유동적이다. 약한팀이 갑자기 등장해 강한팀을 이기기도 하니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고등학생들 사이에 야구의 인기가 꽤 높은 것 같다. 어느정도인가.

▲남학생이 있는 전국 고등학교 중 84%에 야구부가 있으니 대부분의 학교가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전체 남자고등학생의 수가 170만명 정도인데 이 중 야구부에 속해 있는 학생이 전체의 19.9%에 해당하는 17만명에 육박한다. 운동부에 소속돼 있는 남학생의 수는 92만명으로 전체 남자 학생의 54%를 점한다.

    • 2명 중 1명 이상이 운동부에 속해는 셈이다.

▲맞다. 일본은 엘리트 교육이 아닌 생활 체육 중심으로 학교 체육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들 스포츠를 즐기자는 식의 교육 속에 고교야구도 있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서 취직을 할 때에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스포츠를 하나 정도씩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좋지 않겠나.

--고시엔 대회에 참여하는 팀이 예선을 포함하면 4천개 이상이나 되니 대회 운영비가 규모가 꽤 클 것 같다. 재원은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는가.

▲관객수가 많아서 예선과 본선 모두 예산 전체를 입장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을 정도다. 경기장은 고시엔 구장의 소유주인 프로구단 한신타이거즈가 무료로 임대해주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대회를 외부의 상업적인 스폰서나 국가 지원 없이 치른다는 것이다. 경기장 주변에는 상업광고판을 일절 배제한 채 경기를 치를 수 있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손을 벌릴 필요도 없다.

    • 연간 9차례 전국단위 야구대회가 열리는 한국과 비교하면 대회의 숫자가 적은 편이다.

▲그건 일본이 적은 게 아니라 한국이 많은 것이다.(웃음) 어쩌면 고교야구를 보는 한국과 일본의 근본적인 시각차가 드러나는 게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고교야구는 교육의 일환이다. 기본적으로 공부나 수업에 방해를 안준다는 전제에서 운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1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3월이나 여름방학 기간인 8월, 2차례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마저도 공부에 방해된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고등학교 중에는 공부라는 문(文)과 운동이라는 무(武)를 같이 가르치겠다는 원칙을 가진 곳이 많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시합 뿐 아니라 연습도 학교 수업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 이뤄진다는 뜻인가.

▲100%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 이 원칙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고 본다. 야구를 잘해서 대학에 특기생으로 선발되려고 해도 학생의 고교 평균 성적이 5점 만점 중 3점 이상은 돼야 한다. 와세다 대학 같은 곳은 3.5이상으로 더 까다롭다. 야구 선수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17만명이나 되는 야구 부원 중 졸업 후 야구를 직업으로 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 같다. 이 학생들의 장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야구 뿐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야구는 팀플레이가 특히 중요한 경기가 아닌가. 야구를 했다는 것은 체력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중요한 것들이다.

--최근 한국 야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잘 알고 있다. 때에 따라서 일본보다 더 실력이 좋다는 것을.(웃음) 한국은 초ㆍ중ㆍ고교 줄곧 오전, 오후 내내 열심히 야구를 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고 그런 와중에 강한 선수들이 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 야구는 모두가 직접 하며 즐기는 생활 스포츠에 가깝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한국을 꼭 이겨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한다면 학생 선수들이 수업보다는 야구에 전념하도록 하게 할지도 모르겠다.(웃음)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역시 고교야구가 사람들의 응원을 받지 못하게 되지 않겠나.

(끝)

[2009-08-18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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ちなみに、「園」と「院」との使い分けに混乱が見られるのは、韓国語ではどっちも読むと同じ発音の원になるから。ところどころにある「甲子院」や「関西学園」の表記はご愛敬ということ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