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郷新聞特集「消える現場、忘れられる記憶」(3):光州と全羅南道の「5.18」

京郷新聞の例の連載の続きの3回目。前回は「4.19」関連だったのに対し、今回の記事は光州・全南の「5.18」特集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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まあ、連載を貫く論旨はこの記事でも一貫していて、「在野団体や地方自治体任せの史跡保存や記念事業には限界がある、中央政府の責任で国費を投じて事業を行なうべきだ」ということですね。それはそれで筋が通っていますし、よくわかります。

でもですね、冒頭に出てきている旧全羅南道庁。ぶった切られて形ばかり残されたあげく、今さらの復元工事をやっているという無様な顛末。これは他ならぬ国立アジア文化殿堂の建設のために起きたことでした。あの事業を通じた光州の発展への期待と、光州事件の史跡地としての現状保存とを天秤にかけた時、世論がつねに後者を選択してきたわけではないと思うんですよね。

とすれば、カギになるのはやはり社会的合意なんでしょう。「5.18」40周年という区切りを契機に、あるいは「4.19」の記念事業などを通じて、「いま残る歴史的記憶の場を今後も残していく事業に予算を投じること」に理解を得ていく努力が求められる、というまとめになるかと思います。

[사라진 현장, 잊혀진 기억](3)“가급적 원형 보존” 소극적 조례에…허리 잘려나간 전남도청
강현석 기자
입력 : 2020.05.01 06:00 수정 : 2020.05.01 06:01

빚내 관리하는 ‘5·18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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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시민들이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청은 시민군들이 계엄군에 끝까지 맞선 곳으로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8년 사적 지정에도
‘문화전당’으로 큰 공사
5·18 단체·시민 여론에
2022년까지 복원하기로

전남대 정문 등 다른 곳도
훼손되거나 사라져

광주시·전남도 따로 관리
공통의 역사 못 살려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

지난 26일 찾은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은 시민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 리모델링을 거친 도청 본관과 경찰청 본관, 도청 회의실, 경찰청 민원실, 상무대 등은 말끔했다.

전남도청은 1980년 5월27일 시민군이 계엄군 지휘부가 공수부대 중에서 특별 선발해 조직한 특공조에 끝까지 맞선 곳으로,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다. 하지만 5·18 40주년을 앞둔 전남도청은 ‘복원공사’가 예정돼 시민들이 출입할 수 없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5·18을 앞둔 5월16일부터 7월15일까지 두 달 동안만 전남도청을 시민에게 임시 개방한다. 2017년부터 벌써 4년째 5월이면 반복되는 임시 개방이다.

시민 김지현씨(36)는 “문이 잠긴 도청을 볼 때마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면서 “관심을 두지 않는 순간 ‘역사적으로 중요한 민주화 유산이 이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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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5-1호 지난 26일 광주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건물은 시 조례에 따라 5·18 사적지로 지정됐지만 원형은 훼손된 상태다. 김창길 기자

■전남도청·1호 사적도 사라진 원형

출입문이 닫힌 채 5·18 40주년을 맞는 전남도청은 ‘5·18민주화운동 유산’의 현실을 대변한다. 광주 도심에 있는 전남도청은 가장 잘 알려진 5·18 사적지다. 5월18일부터 시작된 광주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도청을 중심으로 한 금남로에서 진행됐다. 5월21일에는 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다.

2005년 전남도청이 전남 무안의 남악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광주시민들은 도청이 곧 시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도청 부지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10여년간 7162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문화전당은 2015년 11월 개관했다.

그러나 전남도청은 이 공사로 1980년 5월의 모습을 잃고 두 동강 났다. 도청 본관은 문화전당의 주 출입구가 되면서 건물 중간이 잘려나갔다.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진압을 알렸던 방송실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경찰청 본관과 민원실, 도청 회의실, 상무관 등도 내·외부가 모두 리모델링됐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5·18단체는 2016년 9월부터 “도청 원형 복원”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2017년 11월 진행된 광주시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7.8%가 “도청을 5·18 사적지로 보존해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정부는 옛 전남도청을 2022년까지 복원하기로 했다. 농성은 1096일 만인 2019년 9월7일 끝났지만 도청은 복원공사로 또다시 시민들의 출입이 금지됐다.

옛 전남도청은 1998년 광주시 조례에 따라 5·18 사적지로 지정됐지만 훼손을 막지 못했다. 이 조례는 사적지 관리의 기본원칙을 ‘원형 유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형 훼손을 막을 방법은 없다. 조례에는 “사적지로 지정된 건물과 토지 등의 소유자는 가급적 원형을 보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구조물의 중대한 변경 시에는 시장에게 통지하고 협의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사전에 협의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현재까지 지정된 29곳의 5·18 사적지 상당수도 도청처럼 원형이 훼손됐거나 사라졌다. 5·18 사적지 1호인 전남대학교 정문도 1980년 당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은 5월18일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가 전남대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5·18항쟁이 시작됐던 곳이다.

정문은 5·18 사적지로 지정되기 전인 1996년 헐렸다. 항쟁 중심지였던 광주역 광장, 시외버스터미널, 광주YWCA, 광주MBC, 녹두서점, 상무대, 들불야학도 터만 남았거나 건물 원형이 사라졌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사적의 원형이 사라지는 것은 큰 문제다. 역사적 공간을 남기는 이유는 후세대가 역사적 사건을 실감할 수 있는 기억 저장소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5·18 유산에 대해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관리·보존하고 어떻게 기념공간으로 운용할 것인지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빚내 사적지 매입…1년 관리비는 1억

광주에 있는 29곳의 5·18 사적지를 관리하는 광주시 예산은 연간 1억원이 전부다. 예산이 부족한 시는 사적지 유지에 큰 문제가 생기면 땜질 예산을 겨우 마련해 조치하는 정도다.

최근 옛 광주적십자병원을 놓고 벌어지는 상황은 광주시가 관리하는 5·18 사적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5·18 사적지 11호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당시 계엄군에 의해 부상당한 많은 시민들이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진 곳이다. 병원은 전남도청과 금남로 인근에 위치한다. 수술할 피가 부족하자 시민들이 헌혈에 동참하는 등 시민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 병원은 최근 입찰 공고를 통해 민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광주적십자병원은 경영 악화로 1996년 4월 서남학원재단에 인수돼 서남대병원으로 바뀌었다. 서남대병원도 경영난으로 2014년 폐쇄됐고 서남학원은 경영 부실 등으로 2018년 교육부로부터 법인 해산, 폐교 명령을 받아 자산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서남학원은 지난 20일 옛 광주적십자병원 입찰 공고를 냈다. 매각은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공고 기간은 오는 3일까지다. 감정평가 평균가(최저입찰가)는 88억4944만9340원이다. 광주시는 중요한 5·18 사적인 광주적십자병원이 일반에 매각될 경우 개발 때문에 원형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매입을 결정했다.

시는 입찰보증금 9억원을 마련해 응찰할 계획이다. 매입 금액 중 50억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고 나머지는 시 예산을 쪼개 마련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5·18 사적지 29호인 고(故) 홍남순 변호사 가옥의 매입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역시 비용은 광주시가 부담해야 한다.

이주성 광주시 5·18시설 담당은 “5·18 사적지 관리는 결국 모두 예산 문제로 연결된다. 중앙정부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니 정부기념일로 지정됐는데도 광주시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5·18을 포함해 민주화 유산에 대한 관리와 매입 비용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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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1호 전남대 정문의 현재 모습(왼쪽 사진)과 5·18 당시 모습.

■광주·전남 따로따로 사적지 관리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작된 항쟁은 전남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전남 목포와 나주, 화순, 해남, 강진, 영암, 무안, 함평 등지에서 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섰다. 당시 인구 70여만명의 광주시는 ‘전라남도 광주시’였다. 5·18은 전남 광주시에서 시작돼 전남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광역시가 된 광주시와 전남도는 5·18 사적을 따로따로 관리한다. 민주화 유산에 대한 관리가 오롯이 지자체의 몫이 되면서 지자체들은 경계를 넘지 않는다. ‘최소한의 관리’만 한다.

전남도 곳곳에는 1998년부터 세워진 5·18 사적지 관련 표지석과 안내판이 76개나 있다. 이들은 그동안 해당 시·군에서 관리해왔다.

전남도는 2017년 ‘전라남도 5·18 사적지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25곳을 ‘전남 5·18 사적지’로 새로 지정한다.

전남도의 조례는 1998년 제정된 광주시 조례와 유사하다. 양 시·도의 조례는 “5·18 사적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5년마다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양 시·도는 사적지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는 논의해본 적이 없다. 정부 주관 기념식과 별도로 시민단체 주관으로 이뤄지는 기념식이나 기념행사도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각 예산을 지원해 따로 열린다.

김기곤 광주전남연구원 박사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통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5·18 전국화·세계화를 위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면서 “역사적 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문제는 중앙정부가 법률을 제정해야 지자체에서도 현실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010600065&code=940100